“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다”

2023년 나에게는 힘든 한 해로 기억하게 될 줄 알았다. 또한 우리에게 빛으로 오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며 묵상하는 시기, 나의 대림 제1,2 주일은 내 마음속에 촛불 하나도 켜지 못할 만큼 성당 일에, 세상일에 마음 빼겨 버렸다. 2023년 12월 16일 토요일은 나에게 전례분과 전례위원들 일일 피정의 날이기도 했지만 아침에 눈을 떠 새벽 운동으로 시작하는 여느 날과도 같았다. 하얀 눈이 펄펄 내렸다. 추웠다. 그러나 마음속에 어떤 설레임과 부풀어 오름이 있었다. 피정 주제는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다” 였다.

묵상과 나눔

우리의 목적지-하느님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 본당에서 도보로 15분 정도에 위치해 있었다. 로랑스 선교사님의 강의가 시작되고, 영상을 보기 위해 그 방의 불이 꺼지자 창 밖에 펄펄 내리는 눈이 꼭 하느님의 은총이자 선물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했다. 각자 생각하는 사진을 뽑아 대화 나누는 동안, 우리 모두는 사진 뽑은 사람과 내용이 일치하는 면을 들으며 새삼 하느님의 섭리가 신비롭게 느껴졌다. 강의 후에는 자유롭게 2층에 마련된 성체 조배실에서 묵상을 하기도 하는 분도 계셨고 1층 강의했던 방에 머물며 작은 휴식을 취하는 분도 계셨다. 마리아 선교사님의 오후 강의에 구유에 대한 이미지들을 말씀해주셨는데, 각자에게 다가왔던 구유 이미지를 묵상하고 나눔을 하다보니… 우리 모두는 모두 아파했고 그 아픔을 위로받고 싶었으며 “이렇게 하느님이 마련해 주신 이 자리에서 아픔을 비로소 나누고 같이 마음 나누며 위로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용기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그 모든 사람들 안에서 나는 하느님이 계심을 본 것 같다.

감사함

올 일 년 동안 전례력에 있었던 그 많은 미사들에 스스로를 봉헌하시며 봉사하셨던 그 많은 전례 위원님이 고맙게 느껴졌다. 고마움에 보답드리고 싶어 준비한 일일 피정이었는데 막상 또 내가 또 이분들을 통해 또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시작했던 올초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직분은 내가 혼자 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깨닫는 순간 나 자신이 좀 더 겸손해질 수 있었던 것 같고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피정의 열매

기쁨의 주일에 하느님이 베풀어주신 선물과도 같은 피정은…

      1. 내 마음 하얀 눈과 같이 깨끗하게 만들어 주셨고 나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셨고
      2. 내 옆에 있는 이웃도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게 해주셨으며
      3. 늘 미사에서 수줍게 눈인사 나누던 선교사분들이 외국인에서 나와 우리와 같은 하느님의 자녀로 우리는 하나가 되었으며
      4. 나의 낡고 허름한 구유인 나에게도 아기 예수님이 찾아 주실 거라는 믿음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와 주신 아기 예수님께 감사드리고 하느님께 순명하시며 예수님을 낳아주신 성모님께 감사와 사랑드린다.

가슴 벅찰 만큼 사랑으로 올 한 해 힘들었던 순간을 잊어 버리게 하신 하느님 은총!

잘 간직하며 또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할 날들이겠지만 당신 자녀로 살아가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Deo gratias!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다”.

김선희 안나 (송촌동 본당의 전례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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