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활이고 생명이다. 너는 그것을 믿느냐?”
오늘은 사순 제 5주일입니다. 화창한 봄날입니다. 언제 오나 싶었던 봄이 여러 꽃들을 피워내며 우리에게 부활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려주며 인사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꽃들이 인사하지만, 가장 쉽게 감염될 수 있는 노약자를 사랑의 마음으로 생각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금 더 협력하며 함께 힘을 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친구 라자로의 부활에 대한 말씀입니다. 너무 잘 알고 있고, 많이 들은 복음이라 이 말씀이 오늘 정말 새로운 말씀으로, 또 새롭게 내게 하시는 말씀으로 듣는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같은 말을 계속 듣거나 그다지 관심없는 말을 들었을 때의 반응처럼, “나는 부활이고 생명이다. 너는 그것을 믿느냐, 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아~~ 네네, 알아요. 알아요” 라는 마음으로 습관적인 대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생사가 달린 일처럼 생각하며 듣고 대답하고 있는지, 우리의 삶 속에서 새로운 것을 보지 못하고, 하느님의 새로운 창조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며 활기 없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라자로의 부활을 통해 예수님 당신의 부활을 예고하시며, 우리에게 진심으로 예수님이 부활이시고 생명이심을 믿고 있는지 묻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진심으로 이것을 믿느냐?“ 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라자로만 살리시러 오신 것이 아니라, 오늘 복음에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새생명을 주시려고 오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자로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든 것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 제자들, 예수님이 계셨다면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수님의 능력을 고백하지만, 그 말 안에는 이미 죽었으니, 죽은 이들은 예수님도 어찌하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 마르타와 마리아, 애초에 예수님을 믿은 것이 아니라 그저 마리아와 함께 있어주려 온 마리아 친구 유다인들, 그리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무덤 속의 라자로 그런데 과연 죽은 것은 라자로만이었을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아도 알 수 없고,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무덤에 있는 라자로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모든 이들에게 가까이 오십니다. 어떤 이들은 자발적으로, 어떤 이들은 불러서,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예수님께서 직접 다가가십니다. 예수님의 북받쳐 오른 감정은 무덤의 라자로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 대한 연민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먼 곳에서 한 말씀으로만이라도 고쳐주실 수 있으신 분이, 그들 모두에게,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셨습니다.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시고 “나 이제 너희 무덤을 열겠다. 내가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린 다음, 너희 땅으로 데려다 놓겠다.”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가진 크고 작은 무덤의 문을 열어 주시어, 하느님의 영을 불어넣어 살려주시고, 그런 다음,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본래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땅에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나의 무덤 앞에 오셨습니다. 희망이 없이 꽉 막혀있는 무덤앞에 오셨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무덤앞에 시기와 질투, 허영과 집착, 미움과 분노, 교만과 무관심, 이기심, 그리고 상처받은 무덤앞에 나조차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썩은 내 진동하는 내 무덤 앞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부활이고 생명이신 예수님께서는 그런 나의 무덤을 향해, 더이상 거기에 머무르지 말고, 밖으로 나오거라! 라고 외치십니다.
아이고 예수님 냄새가 나서 안됩니다, 라며 예수님의 부르심을 모른척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나는 스스로 구원되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원 대상자입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구원을 막는 돌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며,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신앙은 내가 구원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작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부활이요 생명인 나를 믿느냐? 라고 물으시는 예수님께 응답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바로 오늘이 그 구원의 때입니다.
신은주 크리스티나 선교사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