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제1주일입니다. 많은 교구에서 처음으로 미사가 없는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평화방송이나 다른 영상으로 미사를 보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기도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어떻게 보내야할지 잘 모르겠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처음 겪어보는 정말 새로운 시간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신앙의 선배님들은 사제도 없이 미사도 없이 굳건히 신앙을 지켜오신 분들이십니다. 함께 모여 기도하며 서로를 도와가며 신앙을 이어오신 분들이십니다. 우리는 그 선조들의 신앙의 피를 물려받은 후손들입니다. 이 사순시기는 우리에게 신앙이란 큰 유산을 주신 선조들처럼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희망을 노래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제1독서 창세기에서 뱀이 여자에게 하느님을 들먹이며,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교묘하게 다가옵니다. 하느님처럼 되고 싶었던 인간의 마음을 눈멀게 하여 탐욕으로 손을 뻗게 한 순간의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처럼 되고 싶은 욕망, 절대권력을 손에 넣고 싶은 인간의 끊임없은 욕망은 지금도 도처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 마음에서도 크고 작은 형태로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절대권력을 지닌 반지를 차지하려는 욕망을 볼 수 있는 영화인데, 그 영화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간달프라는 산신령 같이 생긴 마음씨 좋아보이는 마법사가 있는데, 그는 절대권력을 지닌 반지의 위험성을 알고, 그 반지를 없애고자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반지가 굴러가 잠시 그의 손에 들어간 순간, 그의 눈빛이 탐욕으로 불타올랐습니다. 이내 그는 정신을 차렸고 반지를 내팽겨쳤습니다. 유혹앞에서는 그 어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장면이었습니다.
유혹에 대한 인간의 나약함은 로마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는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 못합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 정말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그럴 때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혹에 빠지려고 작정하고 빠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내가 쳐내려고 해도, 우리의 나약한 본성이 우리의 마음을 약하게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유혹과 싸우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실 수 있는 분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은 유혹앞에서 어떻게 하셨나요?. 오늘 복음 앞장의 내용을 보면, 예수님은 세례를 받으셨고, 그 때 하늘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40일 동안 단식을 하여 지쳐 있는 그 때 악마는 다가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유혹을 우리처럼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분명히 아셨고, 자신이 하느님의 사랑하는 아들이고 하느님 마음에 드는 아들임을 분명히 아셨고, 의심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일상안에서 끊임없이 유혹을 받습니다. 악마는 드러내놓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제1독서와 복음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하느님을 언급하며, 아주 은밀하고 교묘하게 유혹이 아닌 것 같은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같아지고 싶다고 드러내 놓고 생각해 본적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피조물을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내 기준으로 선과 악을 판단하고 비판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고, 내 스스로 나 자신의 모든 것을 컨트롤 하고, 가족이나 자녀의 삶이나 장래, 타인의 행동까지도 컨트롤 하며 그것이 하느님 뜻일 것이라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생각할까 의식하고 걱정하고, 노력은 내가 더 많이 했는데, 내가 더 잘하는데, 왜 쟤가 더 돋보이고, 칭찬을 받고 더 좋은 결과를 받는거지? 라는 질투나 혹은 반대로, 나는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비교의 유혹, 이렇게 없는 시간을 쪼개어 봉사를 했는데, 어떻게 아무도 고맙다는 말을 안해? 어떻게 나한테 이래? 라는 유혹, 내가 아니면 이 단체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또 남을 의심하고, 나의 잘못보다는 타인에게서 잘못을 찾기 쉬운 유혹, 다른 이들을 배려하기 보다, 내 이익과 안전이 우선이거나, 항상 그러는 것도 아니고 이번 한번만인데 뭐 어때, 라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유혹에 매일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유혹에 빠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내적으로 더 약하고, 분별할 힘이 없을 때, 영적인 면역이 떨어졌을 때,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미리 예방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에페소서 6장의 말씀처럼, 악한 날에 악마의 간계에 맞서고,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변함없는 자비와 사랑에 대한 믿음의 방패를 잡고, 구원의 투구를 받아 쓰고 하느님의 말씀이신 성령의 칼을 잡아,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히 무장하여 유혹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격려하며 함께 걸어갈 수 있어야겠습니다.
신은주 크리스티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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