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2일 마드리드에서 기예르모 고메스는50세의 나이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기예르모는 아름다운 가족의 일원으로 자녀 5명의 아버지였고 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는 벨렌 선교사(스페인 출신)의 친 오빠였다. 딸의 생일에, 기예르모는 몸살에 걸린 거 같았고 열이 많이 났다. 독감의 증상도 있었고 코가 막혔으며 약간의 기침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태가 많이 나빠져서 그는 마드리드에 있는 그레고리오 마라논 병원에 입원했다. 다음 날 중환자실에 들어가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더니 양성이었다. 의사 선생님들은 기예르모의 아내인 필라르에게 집에 가서 격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때부터 필라르와 자녀들은 집에 격리되었다.
기예르모는 병원에서 격리 중이라 그가 있는 곳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필라르는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이 병원에 가서 남편과 함께 머무르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 고통스러운 시기에 그리스도께서 내가 힘을 내도록 받침목이 되어 주신다는 걸 느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를 지고 있는 나와 함께 해주시고, 나 또한 십자가에 매달려 계시는 당신과 함께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 합니다. 기예르모가 하느님의 보살핌 속에 있다는 확신 속에서 나는 힘을 얻습니다” (필라르의 이야기)
필라르와 자녀들은 기도로 위로를 얻었다. ”매일 묵주기도와 성 요셉께 드리는 9일 기도를 하고, 기예르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을 위해서 함께 기도합니다. 필라르는 굳건한 믿음으로 “내가 매우 힘들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더 평화롭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면 절망감이 줄어들고, 남편을 볼 수 없어서 고통스럽지만 결국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하느님의 뜻이라는 평화 안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고 말했다.
기예르모가 사망하기 며칠 전에, 필라르는 그녀가 가족 안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이와 같은 어려운 시련을 극복하도록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하느님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고통을 덜 절망적으로 겪어내도록 도와주신다는 것을 알려준다. 필라르는 사랑에 한계가 없음을 알고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예르모가 사망하기 이틀 전, 필라르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말을 전했다. “저는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기예르모를 위해서 기도해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저는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가 나아지지 않더라도, 더 큰 좋은 것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정말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지만, 동시에 하느님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보여주고 당신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끼게 해 주십니다. 그리고 이는 매우 큰 은총입니다.” 가족끼리의 결속, 사람들이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는 친구들, 환자들을 보살피는 의료진의 헌신에서 보이는 사랑은 우리가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필라르와 그녀의 가족은 기예르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다. 그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 사랑 안에서 계속 숨 쉬고 있다. 필라르는 굳건한 믿음과 깊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한다. “그는 예수님과 함께 하늘 나라에 갔습니다. 나는 힘과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을 신뢰합니다.”
(2020년 3월 23일 Aleteia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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