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날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리게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은 마음에서부터 미소가 퍼지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빈민가 공소에 살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의 이웃들은 가난하지만 참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알콜이나 마약, 중독자들이었고, 벗어날 힘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그래도 희망을 전하겠다는 열의가 넘쳤으나 그런 그들의 삶을 매일 보고 듣고 나누며, 함께 지내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대체 이들에게 희망이 있긴한가? 이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대체 어떤 가능성이 있는것이지?’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조금씩 내 안에 있던 희망의 옷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에 대한 방임이 너무 만연한 것을 보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제 눈과 마음에 희망의 불이 점점 꺼져 가기 시작할 뿐만 아니라, 저의 신앙에도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교황님 권고서 “복음의 기쁨”의 출간되었는데, 그 때, 특히 276항의 말씀들이 저에게 생명과 희망의 빛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세상에 스며든 생명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죽어 버린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또다시 곳곳에 부활의 싹이 돋아납니다. 이는 막을 수 없는 힘입니다. 가끔 하느님께서 존재하지 않으신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새로운 어떤 것이 생명의 싹을 틔우고 언젠가는 열매를 맺는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폐허가 되어 버린 땅 위로 끈질기고도 강인한 생명이 솟아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선이 다시 꽃피고 퍼져 나갈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날마다 아름다움이 새로 생겨나고 역사의 풍파를 거치며 변모됩니다. 인간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늘 다시 일어납니다.”
“그래 맞다! 그리스도는 부활하셨지!!. 끈질기고도 강인한 생명의 힘으로 이미 우리 안에 계시는데!!” 잊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희망을, 내가 원하는 방식, 내 기준으로 정하고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매일 내가 눈으로 볼 수 없는 그 마음속에 담긴 희망의 씨앗 안에서, 또 희망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그런 일상안에서, 그리스도는 늘 새롭게 태어나고 계신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매일 거룩한 죽음과 부활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그리스도의 부활의 힘으로, 그 희망의 빛으로 다시 내 자신을 그리고 사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순을 참 특별하게 보냈습니다. 의도치 않게 각자의 자리에서 광야에서 순례하는 듯한 체험을 하며, 생각치 않은 모습으로 여느 때와 너무나도 다른 부활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 것처럼, 이번 부활은 특히나 더 그렇게 다가오시는 듯 합니다.
사순을 보내면서, ‘일상은 언제 돌아올까, 마스크를 벗는 날은 올까? 이 시간이 끝나기는 할까’ 하며 우리 마음 속의 희망의 불이 조금씩 약해져 가려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처럼 더 이상 무덤에 계시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계십니다. 빈무덤에서 더이상 나를 찾지 말아라, 나는 이미 너희와 함께 이곳에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 우리가 삶 안에서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그것은 막을 수 없는 사실이입니다. 그것을 믿는 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신앙은 길을 뚫는 행위라고 합니다. 무감각이라는 산맥을 끝없이 뚫고 영혼의 통로를 내는 것이 신앙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두려움과 불안을 뚫고 부활의 빛으로 영혼의 통로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희망을 주는 힘이기에 우리는 힘차게 “부활 축하합니다” 라고 기꺼이 인사할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부활축하드립니다!!
신은주 크리스티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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